드디어 구현에 들어갔다. 생각만 해왔던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왔다. 기획서는 있었다.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손이 멈췄다. 이게 실제로 되는 건가. 데이터는 진짜 가져올 수 있는 건가. 프로토타입이 그냥 프로토타입으로 끝나는 건 아닌가.
의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어보기로 했다. 클로드 코드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제미나이는 두 번째 AI가 되어 있었다. 처음엔 둘을 번갈아 썼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클로드를 먼저 열게 됐다. 제미나이는 클로드가 모르는 척할 때 가끔 불렀다. 완전히 2군이 됐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성과주의다.
“클로드야.”
불러봤다. 마치 오래된 동료한테 말 걸듯이. 반말로.
“매일 아침이랑 저녁에, 뉴스 요약이랑 나스닥, S&P 지수, 나스닥100 선물, 유가 이런 것들 긁어와서 코스피 상승 예측 해줄 수 있어?”

의심이 섞인 말투였다. 사실 반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뭔가 복잡한 이유를 늘어놓으면서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다. “API 키가 필요합니다”, “유료 데이터 소스가 필요합니다”, 그런 말들로 슬쩍 빠져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안 그랬다.
자신감 있는 답변이 왔다. 예측 퍼센트는 기본이고, 그 예측의 신뢰도 지수까지 뽑아줄 수 있다고 했다. 상승이냐 하락이냐를 찍는 것도 모자라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 지표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이유까지 설명해 준다고 했다. 분석 리포트 형태로.
잠깐 멈췄다.
이거 되는 거야?
테스트를 해봤다. 실제로 돌아갔다. 숫자도 나왔다. 신뢰도 지수도 나왔다. 예측 근거도 제법 그럴듯했다. 물론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는 나중에 시장이 판단하겠지만, 일단 생김새는 합격이었다. 18년 동안 기획 일을 하면서 배운 기준 중 하나가 있다. 일단 생김새가 괜찮아야 한다. 생김새가 형편없으면 내용도 믿기 어렵다.
이건 생김새가 꽤 좋았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사실 이게 핵심이었다. 아무리 좋은 분석을 뽑아줘도, 그걸 내가 직접 실행해서 확인해야 한다면 의미가 없다. 나는 게으르다. 아침마다 터미널 켜고 스크립트 돌리는 사람이 아니다. 핸드폰으로 받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저녁에 침대에 누워서, 그냥 메시지 하나가 툭 와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이거 텔레그램으로 쏴줄 수 있어?”
된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마치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이. 텔레그램 봇을 만들고, 채팅방 하나 파고, 그 봇을 채팅방 관리자로 추가하면 된다고 했다. 방법도 단계별로 다 알려줬다. BotFather에서 봇 생성하는 법, 토큰 발급 받는 법, 채팅 ID 확인하는 법. 친절하기가 이모할머니 수준이었다.
시키는 대로 했다.
봇 이름을 지어줬다. 채팅방을 만들었다. 봇을 관리자로 추가했다. 테스트 메시지를 쐈다. 핸드폰 텔레그램에 알림이 떴다. 클로드가 보낸 메시지가 와 있었다. 별거 아닌 테스트 텍스트였는데,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이게 되는구나. 진짜로.
그런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분석도 되고, 메시지 전송도 된다. 그런데 이걸 누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실행해 주냐는 거다. 내가 직접 버튼을 눌러야 한다면 자동화가 아니다. 그냥 반자동이다. 반자동은 결국 하다가 흐지부지된다. 귀찮아서. 까먹어서. 바빠서.
스케줄링이 필요했다.
클로드에게 물었다. 이것도 자동으로 돌릴 수 있냐고. 서버 없이.
깃허브가 된다고 했다.
깃허브. 개발 소스 코드 올려두는 그곳. 개발자들이 코드 버전 관리한다고 쓰는 그곳. 나도 계정은 있었다. 근데 그냥 코드 저장소인 줄만 알았다. 그 안에 스케줄링 기능이 있었다. GitHub Actions라는 게 있는데, 크론 표현식으로 시간 설정해 놓으면 지정한 시간에 자동으로 스크립트를 실행해 준다는 거다. 서버 없이. 무료로.
18년 동안 기획 일을 했는데 이걸 몰랐다.
조금 창피했다.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